춘향골 남원에서 고속도로 같은 19번 국도를 타고 밤재터널을 지나면 곧장 구례 땅이다. 때마침 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이곳을 찾는다면 밤재터널을 나서자 마자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샛노란 산수유꽃이다. 길가와 집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둑과 밭두렁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샛노란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지리산의 산머리에는 겨우내 쌓인 눈이 아직도 희끗희끗한데, 그 산자락에 등을 기댄 마을들은 눈부시게 화사한 꽃 세상을 이루었다. 사실 산수유꽃은 꽃잎이 2㎜가량으로 아주 작기 때문에 낱낱의 꽃송이는 딱히 아름답다거나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수백그루씩 무리를 지은 산수유나무가 한꺼번에 노란 꽃부리를 활짝 펼치면 벚꽃에 뒤지지 않을 만큼 화사하고도 아름답다.
예로부터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 산수유(열매) 생산량의 67%를 차지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이다. 산수유나무는 해발 200~500m의 분지나 산비탈의 물매가 싸고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더 잘자란다고 한다. 다만 땅에 물기가 많고 볕이 잘 들며 바람막이가 잘 되는 곳이 족하다. 이러한 자연 조건을 두루 갖춘 산동면의 계천리, 대평리, 위안리 등지에는 산수유고목이 숲처럼 우거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만복대(1433m)의 서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위안리 상위마을은 가장 대표적인 산수유마을로 손꼽힌다.
상위마을은 숫제 산수유나무에 파묻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 띄는 건 몇 백년씩 묵은 산수유나무들 뿐이고, 여느 시골에 흔한 감나무나 대추나무 따위는 오히려 찾아보기가 어렵다. 마을 뒤편에는 눈 덮인 지리산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마을 오른편에는 작은 골짜기가 흘려내려 있어 자연경관 또한 매우 아름답다. 더군다나 이 마을은 고로쇠물이 많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산수유꽃을 구경하러 간 김에 이곳의 민박집에서 하룻 밤쯤 묵으며 달빛 젖은 꽃세상도 구경하고 속병에 효험이 있다는 고로쇠 물을 맛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더욱이 산수유마을 아래에는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온천이라는 지리산 온천 단지가 조성돼 있어 온천욕을 즐기며 피로를 풀 수 있다. 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상위마을의 산수유 꽃은 3월 20일~3월 31일 사이에 가장 절정의 꽃빛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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