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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강원권

영월 청령포.

마음 저미는 아름다움

 

왕권의 확립이나 역사적 의미 등의 어려운 이야기는 생각하지 말자, 어린 조카가 삼촌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단지 그 하나로 세상에 그 무엇보다 슬픈 이야기다. 힘없고 의지할 곳 없었던 어린 임금은 이후 세조가 되는 삼촌 수양대군에게 국왕에서 상왕으로 노산군에서 서인으로 차례로 강등당하더니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그 기간이 겨우 2년이다. 20개월을 채우지 못하는 잛은 기간 왕 노릇을 하다 폐위된 단종은 영월의 오직 청령포로 유배를 왔다. 자그마한 쪽배를 타고 찾아드는 섬 아닌 섬, 청령포에서 어린 임금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그 적막함에 마음 한 켠이 쓸쓸해진다. 삼면이 깊은 물결 되서 휘감는 서강 뒤로는 도산이란 별칭이 어울리게 깎아지른 절벽의 육육봉이 가로막고 있다.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누구도 오갈 수 없는 천혜의 유배지는 뿌리 깊은 소나무들의 깊은 속을 가리는 장막이 되듯 빽빽하게 서 있다. 숲 사이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은 2000년 복원된 유배 당시 거처인 단종어가로 이어진다. 단촐한 기와집 한 채와 호위하던 시종들이 사용하던 초가 건물이 복원되어 있다. 둘러싼 소나무들중 으뜸이 되듯 넓은 땅을 홀로 차지하는 소나무는 관음송이다. 오열하는 울음소리를 밤마다 들었다는 나무는 세상이 보기 싫은 듯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영월 땅을 향하는 작은 언덕은 세상을 그리워하는 단종의 눈물로 젖어 있고 작은 돌탑을 쌓아 놓은 망향탑이 서 있다. 잠시나마 이 땅의 국왕이었던 사람이 남긴 유일한 유물이다. 언덕에 올라 다시 한 번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작은 어가를 바라보자.

단종이 부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불렀다는 '자규가'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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