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은 오래전에 충청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교통이 불편하여 충남의 오지로 규정되었던 칠갑산은 공주에서 청양을 거쳐 대천으로 가는 36번도로가에 위치, 교통이 편리해져 찾기가 어렵지 않다. 칠갑산은 육산이면서도 산세가 수려하고 높이에 비해 숲이 울창하여 언제나 시원한 산행을 경험할 수 있는 산이다. 식생도 다양한 편이다. 칠갑산이 낮은 산인데도 이런 다양함을 갖게된 원인은 칠갑산을 중심으로 방사선으로 뻗은 5개의 능선이다. 능선 하나만 있는 산도 많은 터에 560m밖에 안되는 산이 이처럼 많은 능선을 뻗칠 수 있는 지형적 원인이 있을 터이지만 그 결과로 산세는 수려하고 능선이 오밀조밀하여 숲으로 울창한 능선이 중첩되어 보이거나 거기에 운무라도 설핏 오가면 갈데없는 수묵화가 되는 것이 칠갑산의 특징이다. 능선만 5개 오롯이 있는게 아니라 이들 능선이 또 여러갈래의 지능선을 거느리고 있어서 능선만 그려놓은 지도를 보면 칠갑산은 마치 공간공포에 부대낀 원시인들이 그린 그림같다. 빈틈이 없는 것이다.
거기다 장곡사와 같은 고찰이 있고 산록 부근에 역사의 유물이 산재하여 산의 품격을 높여준다. 면암 최익현이 칠갑산을 의지하여 의병활동을 한 것도 칠갑산의 복잡한 지형을 십분이용할 수 있었던데 이유가 있었을 법하다. 삼일운동때도 칠갑산일대의 운동열기가 타지보다 격열했으며 멀리 백제가 멸망할 당시 백제부흥군의 역공세가 한시기를 풍미했던 것도 칠갑산의 오지적 위치와 산세에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칠갑산의 산행은 주로 장곡사에서 시작하여 칠갑산 서릉을 통하여 정상에 올라선 뒤 남진하여 남릉을 통해 삼형제봉(주민들은 작은 칠갑산으로 부른다)을 지나 서릉으로 들어서서 지천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거나, 산의 북쪽인 대치터널앞 칠갑산장에서 북릉을 따라 칠갑산으로 남진한 뒤 서진하여 장곡사로 내려가는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지금 대치터널이 뚫친 한치고개는 보통고개가 아니다. 이 고개는 칠갑산 북쪽 그러니까 한치고개 북쪽에서 금북정맥과 만난뒤 국사봉(489m)을 차령을 지나 멀리 안성 칠현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산줄기가 호서를 동서로 갈라놓았던 장본으로 문화적 변경선이 된 줄기인 것이다. 문화적 분수령의 작용으로 산의 동쪽은 호남에 가깝고 산의 서쪽은 기호지방에 가까운 문화적 성향을 보인다.
새국도를 버리고 옛국도를 따라 올라가면 아름드리 벚나무가 가로에 늘어선 길이 나온다. 봄철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다. 한치고개에 올라가면 마루에 칠갑산장이 있다. 부근에 최익현선생의 의병활동을 기리는 동상이 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임도도 있고 하여 쉬운 길의 연속이고 오래 잊혀져 있던 산의 원시림이 시원하다. 정상이 가까워지면 임도를 버리고 오솔길로 정상으로 접근한다. 정상직전은 급경사이다. 정상에 오르면 우선 서쪽으로 높직하게 솟은 오서산과 오서산이 거느린 긴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남쪽에 솟은 보령의 성주산도 높다. 다섯골짜기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내려다보면 그곳에서 올라오는 시원한 숲향기가 어느산보다도 향기롭고 시원하다.
장곡사는 정상에서 서쪽 능선을 타고 가다가 왼쪽 된비알아래로 내려가면 나온다. 주봉이 방사선으로 뻗었듯 능선의 지능선도 방사선으로 뻗은데가 적지 않은데 장곡사는 그런 지능선 사이에 갇힌듯 깊숙이 들어앉은 절이다. 이 절은 신라 문성왕 때 보조국사(고려조의 보조국사가 아님)가 창건한 절. 절의 당우들은 산사면의 구배를 이용하여 계단을 형성한 터에 세워졌다. 장곡사의 큰 특징은 대웅전이 두개라는 점.. 철조좌상은 통일신라대, 금동약사여래좌상은 고려말에 주조된 부처상인데 금동여래좌상에서는 고려경전이 많이 나온 바 있다. 하대웅전은 보물 181호로 지정되어 있고 여기에는 가로 2m의 큰북이 있다.
최익현선생상
칠갑산 천문대 스타파크